2020년 3월18일 사순 제3주일 수요일

미사지향
생미사: 탁현수요셉(감사) 서동철 프란치스코 윤성현(가정) 레지오 단원

말씀요점
신명 4,5-6
“규정과 법규들을 너희에게 가르쳐 주었다…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시편 147
“주님을 찬미하여라.”

마태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5,17)

짧은 강론
수년전 안식년을 할 때 은퇴한 수녀님들이 모여 사는 어느 수녀원에 몇 달을 머문 적이 있습니다. 그 수도원에 80대 후반이 되신 할머니 수녀님 한분이 계셨는데 아침시간이면 제 방에 옷가지들을 가져 가셔서 세탁을 해주곤 하셨습니다. 연세든 수녀님이 빨래를 해주는 것이 송구스러운데 수녀님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늘 신나있고 표정이 밝고 명랑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수녀님께 현직에 계실 때 주로 어떤 소임을 하셨냐고 여쭈었더니 평생 빨래방에서만 소임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 수녀님은 그것이 자랑이었습니다. 다른 수녀님들과 자랑거리가 좀 달랐습니다. 관구장을 했고, 교장을 했고, 어떤 중요 직책을 했고, 무슨 공부를 했고 등등.. 그런데 사람들의 때 묻은 빨래를 하는 일인데 그분께는 그 일을 하고 사신 것이 신나고 행복한 자랑거리였습니다. 정말이지 얼마나 맑고 아름다워 보였는지요. 어쩌면 그 수녀님은 가장 소박한 삶을 사셨지만 누구보다도 수도자로서의 소명을 가장 아름답게 완성한 것이라는 생각이듭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율법이나 예언서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고 하셨지요. 이 말씀은 구약의 예언서와 율법의 모든 조항들을 자구 그대로 지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이 지향하는 본래의 목적과 정신을 완성한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그분의 삶으로 온전히 드러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통해서 예언서와 율법을 완성한 것을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교회에서든 사회에서든 아무리 중요한 일을 한다 해도 이 사랑이 빠져 있으면 삶은 쭉정이가 되고 맙니다. 어떤 직업이든, 신분이든, 그것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 안에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소명이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이 성숙하고 완성되어 가는 것은 무슨 일을 하며 사는가가 아니라 나의 삶 안에 얼마나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는 나이가 되면, 아무리 큰일을 하며 살았다 해도 인생이 공허하고 허무함을 느끼게 하는 삶이 있는가하면, 비록 우리 눈에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을 하며 살았다 해도, 자기 인생에 대하여 감사와 기쁨을 충만하게 느끼는 삶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허울처럼 다 사라져도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만이 고스란히 내 인생의 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내 인생의 완성입니다.(도봉산 성당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오늘 제주도 엠마오 사제연수원 강의 차 떠납니다. 혹시 강의 때문에 여유가 없으면 짧은 강론은 쉴 것입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