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지향
연미사: 임순복(기일) 이정진
생미사: 차양순에스텔 서동철 프란치스코 윤성현(가정) 레지오 단원 성찬봉사회회원 도봉산성당ME가정 코로나를 막기위해 헌신하시는 의료진(감사)

말씀요점
이사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50,4-5)

시편 22
“저의 힘이신 주님, 어서 저를 도우소서.”

필리 2,6-8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마태
군중은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26,23)

백인대장과 또 그와 함께 예수님을 지키던 이들이  지진과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몹시 두려워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26,54)

짧은 강론
성지주일에 우리는 유다 이스카리옷의 배신에서부터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과 묻히심까지 긴 수난복음을 듣습니다. 수난 복음을 읽다가 군중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하는 함성에 마음이 꽂힙니다. 도대체 누가 이 군중들을 이렇게 길들여 놓은 것일까요? 군중들 속에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거나 행적을 본 사람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그분으로부터 은혜를 입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누가 어떻게 선동했기에 군중들이 돌변하여 무고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인지요?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은 두부류일 것입니다. 하나는 당시 예수님의 가르침이 불편하고 위협을 느낀 사회 종교 정치적 기득권 세력들, 그리고 또 한편은 이런 세력들에게 선동당한 무지한 군중들일 것입니다. 악을 자행하고 불의를 일삼으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누리는 자들의 이런 행태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계속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정권은 수없이 바뀌었지만 켜켜이 쌓인 적폐들이 우리 사회에 세습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를 두고 미국 콜게이트 대학 교수 마이클 존스턴은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국가’라고 분류하였지요. 소위 ‘내부자들’이라고 일컬어지는 정치, 경제, 언론계는 물론이고 검찰과 경찰 조직 안에 서로 한통속이 되어 힘을 행사하는 부패한 세력을 말합니다. 이들은 실질적인 사회적 권력을 소유하고 있어서 그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론을 왜곡시키고 힘을 행사하며 우리사회의 개혁과 변화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는 팍팍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은 알게 모르게 이런 내부자들에 의해 또한 길들여지고 선동당하고 있습니다. 항상 사회적 약자 편에 서 계신 예수님은 그래서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권력의 희생제물이 되고 계시는 것이지요.

이제 곧 총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민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합니다. 신앙인은 이 땅에 정의와 평화, 공정과 사랑의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나가는 사람입니다. 선거는 바로 여기에 참여하는 신앙인의 활동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은 한 표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신앙인으로서의 자신의 양심과 신앙의 응답, 자신의 인격의 성숙함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후보를 정하기 전, 자신부터 철저하고 섬세한 성찰과 식별을 해야 합니다. 자신 안에 물들어 있는 지역주의는 없는지, 공동선보다 개인의 재산상의 이해관계만을 따지고 있지는 않은지, 내 안에 길들여져서 신념화된 왜곡된 가치관은 무엇인지 하느님 앞에 정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교회의 가르침과 복음적 성찰에 입각하여 후보들과 정당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남북 간의 대결과 적개심을 고취하는지, 어렵지만 인내하고 기다리며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는지,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개발 우선주의인지, 개발보다는 환경보호를 우선하는지, 가진 자의 편인지, 보다 약한 자의 편인지, 복지와 인권에 무관심한지, 가난한 이들의 복지와 소수자의 인권까지도 관심을 가지는지… 우리는 세상의 논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복음적 가치를 사회에 심고 한발 더 세상을 성숙시키는 신앙인입니다. 따라서 후보와 정당들이 해왔던 행태들과 가치관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더 이상 저질스런 행동과 저급한 가치들이 정치권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우리 자신부터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소리치던 그 기득권자들, 또는 우매한 군중들 편에 다시는 서 있지 않겠다고 고백해야 합니다. (도봉산 성당,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