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12일 부활대축일

미사지향
연미사: 김태술분도(기일) 박홍서시몬(기일) 전의분(기일) 이정진 코로나19로 선종하신 사제
생미사: 최연준사도요한신부님  최기림베네딕도(가정) 박선경율리아(가정) 전용섭마티아(감사)임주영마르첼리노 서동철 프란치스코 윤성현(가정) 박남석 레지오 단원 코로나로 고통받고있는이들을위해

말씀요점
사도 10,41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뒤에 우리는 그분과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시편 118
“이날은 주님이 마련하신 날, 이날을 기뻐하며 즐거워하세.”

콜로 3,1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요한 20,9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

짧은 강론
부활의 은총과 평화가 모든 분께 충만히 내리시길 빕니다.
부활이 왔는데 예수님 무덤을 지키던 멍청한 경비병들이 예수님 ‘자가격리’ 하셔야 한다고 막아서고 있다고 해요. 막달라 마리아도 자가격리 중이라 무덤으로 달려가지 못하고 있고, 제자들은 유다인보다 코로나가 무서워서 방콕하고 있다고 해요. ^^ 신자들도 미사를 못 오고 유튜브나 평화방송 TV로 부활을 맞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디 작은 미물이 온통 주님 부활절을 망쳐놓고 있습니다.
그래도 눈을 들어 밖을 보면 어김없이 봄은 왔습니다. 도봉산의 꽃은 만발하고 연초록 새순이 돋아 햇살에 반짝입니다. 삶이 어렵고 팍팍해도, 코로나 사태로 더욱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우리 삶 한가운데 부활의 찬란한 빛이, 생명이, 봄날처럼 와 있습니다. 얼었던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죽었던 나뭇가지에서 연초록 새순이 돋고,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삶이 있고 죽음이 있는 것 같지만 대자연의 섭리가 말해주듯, 생명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깊은 곳, 우리 삶 깊은 곳에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바로 이 신비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그저 한 세상을 살다가 소멸되고 마는 인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세계가 있음을, 세상 깊은 곳, 숨은 아름다움이 터져 나오는 봄날처럼, 형언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가 있음을, 주님 부활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고 겨울이가면 봄이 오듯, 삶의 온갖 어려움과 절망 속에서도 주님 부활이 희망의 빛을 우리에게 비추어줍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2천 년 전 팔레스티나 지역 예수님의 제자들과 그분을 사랑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발현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주시고 그분께서 세상에 남겼던 사랑의 행적들을 말씀을 통해 우리 삶 속에서 부활하신 주님으로 감격스런 만남을 이룹니다.
삶의 한 순간에 왈칵 눈물을 쏟으며 의심 많던 토마스처럼 “하느님 나의 하느님”하고 주님께 무릎을 꿇어 본 적이 있는지요? 주님께서 베푸시는 무한한 자비와 사랑을 온 몸으로 느껴 본 적이 있는지요? 그 사랑 때문에 마음속에 맺혀있던 미움과 분노가 스르르 눈처럼 사라지고 화해와 용서의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요? 우리 눈에 끼인 무명의 백태가 벗겨지고 주님이 진리이며 참 빛이심을 깨달은 적이 있는지요?  세속의 온갖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나 주님께서 주시는 참 자유와 평화를 맛본 적이 있는지요?
주님 부활은 이렇게 우리 삶의 한 가운데 와 있습니다. 세상 것에 눈멀었던 우리가, 진리이신 주님을 만나 눈을 뜨게 되고, 온갖 집착과 욕망에 사로잡힌 중풍병자였던 우리가, 주님께 치유를 받아 제 발로 걷게 되고, 온갖 죄와 더러움에 뒤덮여 나병환자였던 우리가, 주님 사랑으로 깨끗해져서 당당하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사랑에 힘입어 서로간의 사랑의 관계를 사는 것이 ‘부활한 삶’입니다. 그 사랑 안에 참된 자유와 평화가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삼킬 듯 세상을 지배해도 우리에게는 백신이 있고 치료약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 부활이 주신 ‘사랑’입니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달해서 바이러스를 예방할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가 나온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사랑의 백신이 결국 세상을 구원으로 이끕니다. 한국사회가 코로나 사태에 잘 대응한 것도 그 원천에는 성숙한 사람들의 사랑의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아무 치료제도 백신도 나오지 않았지만 의료진의 헌신, 사람들 서로간의 양보와 배려, 나눔, 격려와 용기 바로 이런 사랑이 우리사회를 다시 일으켜 주는 백신이었고 치료제였던 것입니다.
주님 부활은 모든 것 실패로 끝난 것 같은 십자가가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이었음을, 그 사랑이 결국은 온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었음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세상의 질병이 우리를 위협하고 삼킬 듯해도 주님 부활, 그 사랑이 있는 곳에는 이미 구원을 받았습니다. 우리 삶 속에 살아있는 사랑의 관계가 부활한 삶이고 그 삶이 우리자신과 사회를 구원하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 참된 기쁨과 평화, 행복이 숨쉬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우리가 부활성야미사를 성대하게 봉헌할 수 없지만 오히려 주님은  우리들 삶 속에서 부활하셨습니다. 또한 인류의 고통 속에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선사하고 계십니다. 사회적 고통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그리워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계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활은 오히려 잊지 못할 소중한 주님 체험의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미사를 마치고 주님 은총을 입고 성당 계단을 쏟아져 내려오는 환한 모습의 신자들과의 만남의 날을 기다립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부활의 은총이 함께 하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도봉산 성당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