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16일 부활팔일 축제 목요일

미사지향
연미사: 이정진
생미사: 김범식라파엘, 윤성현(감사) *레지오 단원 *아가페성가대단원 *코로나로고통받고있는이들을위해

말씀요점
사도 3,15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그분을 다시 일으키셨고,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

시편 8
“주님, 저희 주님, 온 땅에 당신 이름, 이 얼마나 크시옵니까!”

루카
“평화가 너희와 함께!”(24,36)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24,39)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24,45)

짧은 강론
만일 돌아가신 조상이나, 부모님이 갑자기 나타나 어깨를 툭 치며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런지요? 아마도 비신자들은 무당을 불러 굿을 할 것이고, 우리 신자들은 구마기도를 하거나 성수(聖水)를 뿌리며 난리를 칠 것입니다. 더구나 잔소리 많던 시부모님이 다시 살아난다면 이건 연옥보다 더한 형벌이라고 질색을 하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십니다. 구체적으로 살과 뼈를 가지신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식사까지 하십니다. 제자들은 처음에는 유령인 줄 알았지만 곧 주님이심을 깨닫고, 꿈인지 생시인지 너무나 기뻐합니다. 돌아가신 분이 되살아난 상식을 넘어서는 이 사건 앞에, 제자들은 어떻게 이렇게 기뻐할 수 있는지요?
오늘날 우리는 유령들의 세계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영화, 소설, 인터넷 등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것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온통 유령들의 세상입니다. 현대의 환경이 이렇다 보니 예수님도 민담이나 설화에 나오는 실체가 없는 가상의 인물 정도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님 부활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 어떤 환시가 아닙니다. 만일 유령처럼 주님을 체험했다면, 부활 사건은 무의미하고 두려움만 더해 주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 부활 사건은 구체적인 삶 속에서 주님의 현존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다시 말하면 부활의 세계가 저 멀리 우리 삶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우리들이 먹고 마시는 일상 한가운데에 부활의 세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주님과 함께 먹고 마신 이런 충만한 부활의 세계를 경험하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것입니다. 우리 삶의 깊은 곳에 부활이 있고, 충만한 부활의 세계는 우리 신앙의 삶을 통해 완성됩니다. (전원 신부, 「말씀의 빛 속을 걷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