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0일 부활 제2주간 월요일

미사지향
연미사: 이정진
생미사: 김진우 대건안드레아 김진배 사도요한 윤성현 (감사) 레지오 단원 코로나로 고통받고있는 이들을 위해

말씀요점
사도 4,31
“기도를 마치자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이 흔들리면서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하느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하였다.”

시편 2
“주님, 당신께 피신하는 이 모두 행복하옵니다.”

요한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3,3)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3,5)

짧은 강론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아주 오랜 기억을 떠올립니다. 신학교 시절 제 책상 앞에 적어 두었던 나옹선사의 시입니다. 지금도 잊지 않고 외우고 있을 정도로 공부를 하다가 문득 문득 바라보았던 시입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글이라 아마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 시가 생각난 이유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과 니코데모와의 대화에서 마지막 대목 때문입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라고 말씀하시지요. 여기에서 신약성경의 원어인 그리스어 ‘프네우마(πνεῦμα)’는 “영”과 “바람”을 뜻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가 물로 세례를 받고 새롭게 태어나지만 영으로 우리는 완전해집니다. 그래서 영으로 사는 삶이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사는 삶을 말하는데 바람이 불고 싶은 데로 부는 것처럼 영의 이끌림에 따라 산다는 뜻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살 듯, 아무리 애를 써도 내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있고, 의도하지도 않은 일이 우연치 않게 이루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물처럼 바람처럼 살면 어떨지요. 영적인 삶이란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삶을 말합니다. 영의 출발지가 하느님나라이듯 목적지도 하느님나라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 뜻에 우리 몸과 마음을 맡기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보면 하느님 나라에 도달하게 되겠지요. 아니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이미 바람처럼 자유로운 하느님 나라를 사는 삶이 됩니다.(도봉산 성당,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