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돈 보스코 성인이 돌아가신 후 그분의 시신을 검안했던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지요.

“정말 보기 드문 모습이었습니다.
시신은 마치 모든 것이 다 타고 이제 겨우 재만 남은 것과 같았습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그의 시신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가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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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스코 성인은 한평생을 불꽃으로 사시며 당신의 전 존재를 주님 뜻에따라 온전히 태워 버리고 이렇게 재 같은 모습이 된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주인이 종들에게 나누어 준 한 ‘미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생’이라는 ‘시간의 선물’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한 미나씩의 일생을 선물로 받았지만 하느님 뜻을 헤아리며 불꽃처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날이 그날이듯 주어진 시간을 무의미하게 받아들이거나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성인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자신이 살았던 ‘향기’ 만 남습니다.

잘났다고 하고 세상에서 출세 하였어도 아무런 향기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아도 머무른 자리에 짙은 향기가 남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를 끊임없이 내어 주고 산 사람과 자기 것을 채우면서 산 사람의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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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가 있지요.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 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모든 것이 사라진 것 같은 가을……
그러나 꽃은 져도 향기는 바람을 따라 세상 어디엔가 떠돌고 있지요.
나비와 솔방 벌은 또 꽃잎이 준 꿀을 먹고 긴 겨울나기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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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내어 주고 꽃은 사라져도
그 속 깊은 곳에는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지요.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